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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의자이기 위해서 : 지금 여기의 관점writings 2024. 2. 17. 15:06
비톨트 립친스키, (Now I Sit Me Down : From Klismos to Plastic Chair, A Natural History) (마르코폴로, 2024. 3월 출간예정) 옮긴이의 말 의자가 의자이기 위해서 : 지금 여기의 관점 동시대 한국 건축의 관찰자로서, 지난 10여년간 체감한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소위 디자이너(가 있는) 가구에 관한 관심의 증대였다. 돌이켜보면, 2010년대 초중반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할 때에만 해도 르 코르뷔지에나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알아도 LC2나 바르셀로나 체어를 언급하는 일은 드물었다. 디자이너의 이름이 알려진 명작 의자를 떠나, 의자를 의식적인 관심의 대상 자체로 삼는 일 자체가 적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서양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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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를 당기는 기표의 텐션: 《나를 닮은 사람》 리뷰writings 2022. 10. 3. 22:56
《나를 닮은 사람 (The Other Self)》 (권오상, 최하늘) 2022.8.23.-10.2. 일민미술관 1전시실 및 로비 기의를 당기는 기표의 텐션: 《나를 닮은 사람》 리뷰 곽승찬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시의 기의라고 한다면, 전시의 물리적 구현은 전시의 기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오상(b.1974), 최하늘(b.1991)의 2인전 《나를 닮은 사람》은 물리적 구현 측면에서의 예상치 못한 긴장감을 통해, ‘조각의 귀환’이라는 붕 뜬 기의에 추동을 불어넣는 기표의 텐션을 보여준다. 전시가 열리는 일민미술관 1전시실[1]은, 시의적절한 전시들을 기획해온 기관의 중요도를 고려하면 새삼 소박한 공간이다. 들어서는 즉시 한눈에 전체가 들어오는 이 직육면체의 공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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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의 컨템포러나이어티에 관한 고찰 (A Study on the Contemporaneity of Architecture)writings 2021. 12. 4. 00:53
*2021 한국건축역사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건축에서의 컨템포러나이어티에 관한 고찰 A Study on the Contemporaneity of Architecture 곽 승 찬 Kwak, Seung-Chan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석사과정) 김 현 섭* Kim, Hyon-Sob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주제어 : 컨템포러나이어티, 컨템포러리, 건축전시 Keywords : Contemporaneity, Contemporary, Architectural Exhibition 1. 서 론 본 연구는 건축과 컨템포러나이어티(contemporaneity)의 관계를 재고하고, 건축에서 그것이 나타나는 양상을 건축전시에서 발견한다. 컨템포러나이어티는 모던(modern) 이후의 시간을 컨템포러리(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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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국립 박물관 허브 제안 (2020)design 2021. 11. 11. 04:59
[link ↓] LAYERING PERSPECTIVE –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02841]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로145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공학관 3층 314호) Tel 02-3290-3330, 02-3290-4599 E-Mail : ae3330@korea.ac.kr kuarchworks.com layering perspective: national museum hub 중첩된 퍼스펙티브: 국립박물관 허브 송현동 국립박물관 허브시설 제안 1. 땅 송현동은 가장 문제적인 땅이다. 구도심 중심 3만 7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이 땅은 지난 23년간 황무지였다. 높은 지가에 따른 경제적인 셈법과 부지의 의미론적 무게감이 상충해왔기 때문이다. 송현동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장 힘 있는 땅이기도 하다. 북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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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비평의 정통성과 박동진의 문제writings 2021. 8. 19. 06:46
한국 건축비평의 정통성과 박동진의 문제 곽승찬 건축비평은, 있긴 있는 것 같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건축비평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인간의 정념이 담긴 창조물이라면 무엇 하나 비평의 대상으로 삼지 못할 것은 없다만, 건축은 특히나 문학, 미술, 영화, 음악에 이어 곧잘 비평의 갈래로 호출되곤 한다.1) 또 건축대학의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프로젝트-베이스의 설계 중심 교육이 이루어짐에도 건축은 무언가 ‘인문학이나 예술 같은 것’, 말하자면 ‘기능적인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지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에 따라 건축계로 배출되는 학생들은 건축의 보이지 않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말하고 쓰는 행위, '건축비평'에 다소간의 의무감 어린 관심을 갖게 된다. 사실상의 등단제도 역할을 맡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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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으로서.writings 2021. 1. 26. 23:54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으로서. 건축매거진 잡담 2019년 봄호 : "건축과 로맨스" 공공건축 공모의 추문을 파헤쳤던 이전 호의 글을, 나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건축에 대한 낡고 흔한 농담들은, 우리가 얼마나 힘들고 또 힘들어질지를 이야기한다. 밤샘과 크리틱에 관한 가벼운 욕지거리들, 탈설(계)와 기대소득에 관한 자조적 한탄들. 농담은 언제나 진실의 흔적이다. 견딜 수 없는 진실이 틈을 만들 때 농담은 삐져나온다.” 계절이 지나가고 햇살은 오늘이 더 쨍하고, 농담은 죽지 않아 설계실을 맴돌고 있습니다. 창간 후 두 번째 봄입니다. 첫 번째 봄에 우리는 “춘화(春畵)”를 제호로 내걸었습니다. 빨갛고, 야하고, 때로 폭력적인 건축 이야기를 했습니다. 발칙해야 했고 충격을 주어야 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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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고 그러하기를(Being, Not Becoming) : 사는 곳으로서의 집, 짓는 곳으로서의 집, 그리고 오늘날의 집 짓기writings 2020. 6. 25. 06:26
** [건축평단] 2017. 여름호. 되지 않고 그러하기를(Being, Not Becoming) : 사는 곳으로서의 집, 짓는 곳으로서의 집, 그리고 오늘날의 집 짓기. 곽승찬 집에서 산다. 병원에서 치료하고, 갤러리에서 유희하고, 학교에서 배우지만, 우리는 늘 집에 ‘산다’. 치료받고 있는 환자를 붙잡고,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을 붙잡고, 혹은 칠판 보며 공부하는 학생을 붙잡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라. 열이면 열 자기 집 위치를 댈 것이다.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침 일곱 시에 등교해서 밤 열한 시에 하교하는, 집에서는 잠만 자는 수험생들은 어떤가? 그들은 어디에서 사는가? 물론 우리는 수험생 시절 ‘학교에서 산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게 농담처럼 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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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020년에 비틀스/BTS를 생각하기writings 2020. 6. 22. 16:45
2020년에 비틀스/BTS를 생각하기 곽승찬 비틀스(The Beatles). 비틀스보다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비틀스보다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또 ‘페퍼상사’나 ‘화이트 앨범’보다 컴필레이션 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달콤하기만 한 팝그룹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밴드 단 하나만을 꼽으라면 그게 비틀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반박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록 매니아로 정체화하는 사람들 중에서 본인의 소위 ‘원픽’을 비틀스로 꼽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유명 아티스트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선배로 비틀스를 집어넣는 일이 흔한 것은, 어떤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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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인간형-가구, 인간-가구 : BDSM의 디자인writings 2020. 6. 20. 08:16
** [잡담] 2018년 봄호. 가구, 인간형-가구,인간-가구 : BDSM의 디자인 곽 승 찬 가구 건축가들은 늘 가구에 관심이 많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옛날옛적에는 통제광 모더니스트들의 사랑을 받았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양식으로 새로운 경관을 창조하려면, 모든 걸 건드려야 했으니까.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같은 '건축가'들은 LC2나 바르셀로나 의자를 만들어 '작품'의 부분으로 집어넣었다. 같은 맥락에서 총체적인 모던-디자이너-인간형을 빚어내려던 바우하우스(Bauhaus)의 비대한 페다고지는,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비교적 공예의 차원에 머무르던 가구..